당뇨를 앓고 있는 할머니, 어린 동생과 살고 있는 소녀가장 초등학교 4학년 은정이는 여느 아이들과 달리 방학이 다가오면 걱정이 앞선다. 학기 중에 나오는 학교 급식이 중단될 뿐만 아니라 겨울에는 추위와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오래되고 낡은 집은 사방에서 매서운 바람이 들어오지만, 정부에서 지원받는 최저생계비와 할머니 앞으로 나오는 연금으로는 할머니 약값이며 난방비를 감당하기가 버겁다. 이대로 추위가 계속된다면 은정이와 동생의 건강도 장담할 수가 없다.
많은 이들이 예수님 오실 성탄절을 기뻐하며 들뜬 연말, 추위와 배고픔의 고통을 견뎌야 하는 우리의 이웃이 너무 많다. 특히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인해 어려운 경제상황을 토로하는 이들은 늘어만 가고 있다.
지난 12월 1일 구세군 자선냄비 시종식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계 설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모금 행사들이 준비됐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 머리카락부터 쌀, 김치 기부
사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어렵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럴때일수록 작은 도움을 나눠주며 사랑을 전해야 한다. 주머니 속의 동전 하나 하나가 모이면 어려운 이웃들에게 살아갈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은 NGO단체들이 진행하던 모금 방식에서 벗어나 교단이나 기업 차원에서 혹은 모임 공동체에서 다양한 기부와 후원을 할 수 있어 꼭 물질적 도움이 아니더라도 조금만 눈을 돌리면 자신의 달란트를 활용해 얼마든지 남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오랫동안 길러온 머리를 암 환자를 위해 내놓기도 하고, 추위로 죽어가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작고 귀여운 모자를 직접 짜서 보내기도 한다.
전 세계 곳곳에 있는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는 차인표·신애라, 션·정혜영 부부 등 크리스천 연예인들의 모범사례도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사랑과행복나눔은 연탄 5만장, 쌀 20kg 500포대, 김치 3000포기를 500가정에 전달했다. 사랑의복지관도 1999년부터 10년째 실시해 온 사랑의 쌀 나눔 행사를 가졌다. 11월 한 달 동안 사랑의교회와 지역주민 6,034명의 참여로 모여진 17,280kg의 백미를 재가 장애인 711가정, 10개의 생활시설, 와상환자 13가정에 생명의 양식으로 전해졌다.
아름다운재단은 서울 청계광장에서 지난 7월부터 10만개의 모금함을 배포하며 ‘2008 꿈을 담은 모금함 무지개 상자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번 캠페인은 우리사회 소액기부문화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시민참여형 ‘동전나눔밭’ 행사로 펼쳐진 나눔 프로젝트였다.
# 교단차원에서 도움의 손길 뻗어
예장통합 총회 임원들은 임원회 자체를 남을 돕는 사역으로 운영하고 있다.
임원회 이후에 ‘거리의 천사들’에서 주관하는 야간사역에 참여한다. ‘거리의 천사들’ 야간사역은 매일 밤 11시부터 새벽 3시까지 노숙인들이 모여 있는 서울시내 지하도를 돌아보며 자살과 동사 등 거리사고를 예방하고 식사와 생필품을 제공하며 희망을 나누고, 상담을 통해 가정과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우며 영적 회복을 이끌어 낼 예정이다.
교단차원에서 2005년부터 진행해온 사랑의 연탄나누기 운동도 지역노회 중심으로 지역 현실에 맞는 연탄, 난방비, 김장, 쌀 등 다양한 형태의 연말 구호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예장합동정통 총회는 기아대책과 함께 ‘21℃의 사랑’ 캠페인을 펼친다.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해 난방비를 구하지 못해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국내저소득결손가정 아동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난방비와 난방용품을 지원하는 저금통모금 캠페인이다.
# 교도소부터 접촉사고 보상비까지
기부 사연도 다양하다. 뇌병변 2급 장애인으로 춘천교도소 병동에 수감 중인 한 재소자가 지난 9월 법무부에서 실시한 수기공모에서 받은 상금 68,000원에 자신의 돈 32,000원을 보태 10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보내왔다.
충남 연기군에 사는 주경석 씨는 아내의 생일을 위해 외식을 하려 했는데 아내가 기부하라고 권유해 외식비와 케익 값 10만원을 어려운 환경의 어린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신연욱 씨는 차량 접촉사고 보상비로 받은 5만원을 기부했으며, 서울 서초구에 사는 강영욱씨는 사회생활을 하고 받은 첫 월급 중 20만원을 아동청소년 복지를 위해 써달라며 2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렇듯 돈의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작은 사랑의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남을 도울 수 있다. 책상에서 굴러다니는 동전 하나, 작은 도움의 손길이 우리 이웃들에게 따뜻한 겨울을 선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