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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5년 6월 21일 / 한겨레 / 메르스 여파에 '삼시한끼'도 어려워..."노숙인들 굶어 죽을 판"

작성자
나누미
작성일
2015.09.10
첨부파일0
조회수
1304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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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96817.html

 

사회사회일반

메르스 여파에 ‘삼시한끼’도 어려워…“노숙인들 굶어 죽을 판”

등록 :2015-06-21 14:12수정 :2015-06-21 15:27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급식을 중단한 서울 종로구 천사무료급식소 앞에서 한 노인이 닫힌 급식소 문을 열어보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급식을 중단한 서울 종로구 천사무료급식소 앞에서 한 노인이 닫힌 급식소 문을 열어보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밥차 들어왔어요~”

 

굵은 장대비 탓에 우산을 써도 바지까지 흠뻑 젖어들던 20일 오전 11시. 서울역 앞 무료급식소 ‘따스한 채움터’(채움터)에 우산을 쓰고, 우비를 입고, 종이상자를 뒤집어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탓에 자원봉사자가 줄어 노숙인 등 취약계층 급식지원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지만 이날 급식소를 찾은 자원봉사자는 26명에 달했다.

 

배식을 맡은 이들은 학생들과 서울 용산구 온누리교회의 영어예배팀이었는데, 외국인도 여럿 눈에 띄였다. 이날 처음 급식 봉사에 나왔다는 여성 봉사자는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 나왔다. 메르스가 걱정이라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채움터 김민석 주임은 “기업체 자원봉사 등이 끊겨 평일엔 비번인 직원들이 나와 배식을 하기도 했다. 오늘은 봉사자들이 많아 다행”이라고 했다.

 

채움터는 끼니마다 봉사단체에서 지은 밥을 가져다 배식을 한다. 이날 메뉴는 흰밥과 부대찌개, 짜장과 김치였다. 단출한 메뉴였지만 서울역 주변 노숙인과 쪽방 주민 등 256명은 배식 한시간 남짓만에 식판을 말끔하게 비워냈다. 급식소에서 매주 토요일 점심을 책임지는 사단법인 나누미의 김해연 원장은 “이분들은 메르스 때문에 죽는게 아니라 굶어 죽을 판이다. 서울역 앞 급식만 17년째인데 무슨일이 있더라도 급식은 한다”고 했다. 먼곳에서 지하철을 타고 온 쪽방주민도 있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노숙인(64)은 “원래 종로3가 급식소에서 밥을 먹었는데 급식소가 문을 닫는 바람에 이쪽에서 자주 먹는다”고 했다. 실제로 메르스 사태 이후 안전 우려와 봉사자 감소 등으로 운영을 중단하거하 메뉴를 단순화하는 급식소가 많아지면서 채움터를 찾는 이들이 더 늘었다고 한다. 종로3가 원각사 무료급식소 고영배 사무국장도 “예전보다 인원이 2배 늘었다”고 했다.

 

급식을 종전과 같이 운영한다 하더라도 메르스가 신경이 안 쓰이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채움터는 급식소를 찾는 이들 모두의 체온을 잰 뒤 신발소독·손소독·마스크 착용을 하도록 했다. 방역용 소독제를 급하게 구입해 매일 건물 곳곳을 소독한다. 노숙인들의 경우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고, 공중밀집장소 이용이 많기 때문에 감염 위험 역시 높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 중림동 한사랑가족공동체 김데레사 원장은 “체온을 재고 손을 씻으라고 했더니 처음엔 불쾌하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았는데 이젠 좀 나아졌다. 그래도 감기 증상있으신 분들은 출입을 제한하고 아예 도시락을 싸드리고 있다”고 했다.

 

메르스 위협 속에서도 어려운 이들의 끼니를 챙기는 이들의 고민은 더 큰 곳에 있다. 혹여나 노숙인 가운데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을 때, 안 그래도 심한 낙인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김 주임은 “노숙인이 메르스 걸리면 2주 동안 격리돼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집에 있으면 되지만 노숙인들은 갈 곳이 없다. 게다가 ‘노숙인이 메르스에 걸렸다’는 말이 나오면 노숙인들을 다 ‘청소’하려 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등의 지원을 바라는 목소리도 많다. 지난 10일부터 급식소 운영을 중단한 종로 천사무료급식소 김진옥 복지과장은 “급식소 운영을 중단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는데 구청에선 메르스 예방수칙 공문을 팩스로 보내준 것 말고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체온 감지기라도 빌려주면서 안전하게 운영하라고 지침을 주든지, 좀더 실질적인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했다.

 

박태우 허승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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